공익직불제, 농민수당, 농민 기본소득 등 세 가지 농가 소득 직접지원 제도가 모두 공익기능 증진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세 제도간의 관계는 불분명해 공익증진 상승효과와 재정 누수 최소화를 위해 이에 대한 제도개편 및 운영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김홍상)이 11월 17일 ‘농가·농업인 경영안정 및 소득지원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3차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 토론회’ 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찬희 KREI 연구위원은 ‘농가 소득 직접지원제도: 쟁점과 과제’ 란 주제발표를 통해 “ 최근 농정은 경쟁력과 효율성에서 지속가능성으로 패러다임 전환되고 있는데 직불제 중심의 농정전환이 그 핵심이며, 농가 직접지원 확대와 공익기능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 며 “이는 상당수 농가에게 소득을 직접 지원하는 경영안정 정책이라는 틀 속에서 농가소득을 늘리고 형평성 개선에 기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유 박사는 특히 “ 농가 소득 직접지원제도로서 공익직불제,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이라는 세 가지 제도를 비교하며, 각 제도의 관점과 관계, 운영방식 등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 인식의 차이가 크다 ” 며 “ 중앙정부, 지자체, 정책대상자 등 이해집단 모두 동상이몽이다 ”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농가소득 직접지불지원 제도 개편방향으로 △ 농가소득 직접지원 제도는 공익기능 증진의 필요조건이자 수단 △ 공익직불제 - 농민수당 관계 집중, 농민기본소득은 별도 논의 △ 지역 공공재를 매개로 중앙정부 - 지자체 역할 분담 (효율성, 효과성 제고) △ 농업예산 구조 검토 필요 등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적 합의의 선결조건으로 △ 이해집단 간 공감대 형성 방안 △ 각 제도의 사회적 맥락 파악 필요/ 현재는 사회 정치적 의제 고려 부족 △ 공익기능과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마련 필요 △ 농가소득 직접지원 제도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을 제안했다. 김홍상 KREI 원장 주재로 열린 종합토론에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정책위원장은 “전농은 ‘농민이 직접 설계한 정책’, ‘지역실정에 맞도록 직접지불형태 농업예산으로 지역 예산을 재편’, ‘지역화폐 의무사용을 통해 지역순환경제체제 구축’, ‘농업인 스스로 마을교육을 진행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식’ 등으로 농민수당을 제안했다”고 하면서 “ 농민수당은 소득보전 정책이 아닌 농업정책을 원활히 하고 지역농정 틀을 잡아나가는 매개체로 바라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 농민수당 부당수령 고민은 농민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농민에 대한 규정과 자격에 대한 고민, 지역과 농정 방향에 어떻게 작용할지 더욱 깊게 논의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 기본소득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이라는 특정 계층에 국한시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전 국민 도입 논의의 마중물이 되기보다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한다 ” 며 “ 농가 소득 직접지원제도에 있어 재원마련의 문제, 중복 지급의 문제, 제도의 상충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부당수령과 관련해 농민의 정의가 문제 되는데, 농업경영체나 농가를 정의할 때 경영의 통일성과 단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 붙였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소장은 “ 공익적 가치가 무엇인지, 가치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활동을 통해 농업·농촌이 이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익형직불과 농민수당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 며 우려를 밝혔다. 이 소장은 “ 기후위기, 먹거리 위기 상황 등 국가적 위기의 대전환을 이뤄나가야 하는 정책수단으로 공익직불제가 운영되기 위해 제도 설계가 중요한데, 공익형직불제는 보편적인 공익적 가치를 전국적 범위에서 증진시키는 데 활용하며 농민수당은 지역 특성에 따라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행위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태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 농가 소득 직접지원제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신뢰의 문제이다 ”고 하면서 “ 신뢰는 정보교류에서 나오는데, 농업인은 하는 일을 정부에 잘 전달하고, 정부는 그것을 국민에게 잘 알려서 국민과 농업·농촌 간에 신뢰가 생기면 제도가 잘 발전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오내원 KREI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 농민의 소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본소득 논의에 대한 체계적 검토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에 있어 내실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 하면서 “ 농민수당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개발해 나간다면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선택직불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미복 KREI 연구위원은 ‘농업재해보험과 농가 경영안정’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 최근 코로나19 발생, 잦은 기상이변, 소비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환경변화로 인해 영농활동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농가 경영안정 정책으로서 재해보험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며 “ 농작물 피해에 대한 다양한 정의, 위험에 대한 수요 확대,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부족, 손해평가 시 동일 사고에 대한 차등 보험금 지급 우려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농업 경영안정정책에 있어 보험정책의 적합성 및 지속가능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또한, 보험으로 농가 경영안정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위험 정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롯해 지원 대상 및 방법, 재해대책과의 관계 정립,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구분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농업재해보험의 발전방안으로 보험통계의 집적 및 기반 확충 등을 통한 보험정책의 역량 제고, 교육·홍보 등을 통한 의무수준 강화, 시장 왜곡 최소화 및 공정성 확보, 보험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책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농업환경뉴스 = 윤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