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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날’은 생명의 날이다

- 아무리 눈부신 AI기술을 남긴다 해도, 흙이 죽은 세상에는 미래가 없다

  

3월의 달력을 펼쳐보면 재미있는 날이 많다.  ‘삼겹살데이’(3일)와 ‘화이트데이’(14일)처럼 마케팅을 위해 만든 기념일 사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소중한 법정기념일이 있다. 바로 3월 11일 ‘흙의 날’이다.

 

필자는 제19대 국회 시절 ‘흙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흙의 날’은 단순한 환경 기념일이 아니다. 날짜 선정부터 우리 조상의 지혜와 자연의 질서를 담았다. 3월의 ‘3’은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의미하는 우주삼원(天地人)을 상징한다.

 

11일의 ‘11’은 한자 ‘열 십(十)’과 ‘한 일(一)’이 합쳐져 ‘흙 토(土)’가 되는 형상이다.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움틔우는 우주의 이치를 상징한다.

 

오늘날 ‘흙수저’라는 말이 비하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흙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수저’이다. 우리가 먹는 밥 한 톨,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까지 모든 생명 활동의 출발점은 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흙이 병들어가고 있다. 도시화와 오염, 기후 위기 속에서 흙은 숨 가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흙 1g 속에는 무려 10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며 탄소를 저장하고 물을 정화하며 지구의 온도를 낮춰준다. 흙을 잃는다는 것은 결국 인류의 생존 기반을 잃는 것과 같다.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은 우리 세대의 소유가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빌려 쓴 물건을 깨끗하게 닦아 돌려주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다.

 

문제는 현대인이 흙을 접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도심 전체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덮여 땅은 숨을 쉬지 못하고, 시민들은 흙의 온기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도심 속 흙길 조성’을 강력히 제안한다.

 

도시 공원과 하천변에 투수성이 없는 포장재 대신 고운 흙길을 조성해야 한다. 맨발 걷기 산책로 확대는 시민의 건강 증진은 물론, 지면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아울러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자랄 수 있도록 학교 운동장의 일부를 흙으로 유지하고, 아파트 단지 내 ‘공동체 텃밭’을 의무화하여 생활 속 흙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아무리 눈부신 AI기술을 남긴다 해도, 흙이 죽은 세상에는 미래가 없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건강한 흙이다. 흙이 살아야 먹거리를 지킬 수 있고, 먹거리를 지켜야 모든 살아있는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오는 3월 11일 하루만큼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발밑의 땅을 바라보길 권한다. 화분에 물을 주며 흙냄새를 맡아보거나,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흙길을 걸어보자. 그 한 걸음이 한 걸음이 하늘과 땅, 사람을 다시 잇는 ‘생명의 날’의 시작이 될 것이다.

 

                         김춘진 전 국회의원·‘흙의 날’제정 대표발의자

 

*  집필자께서 헤럴드 경제에 특별기고한  본 내용을 농업환경뉴스에도 게재허가를 해 주었습니다. 

 

(농업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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