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비금도, 천일염 생산 현장을 가다.

2020.12.19 13:12:36

바다의 신(神), 태양과 바람, 갯벌 어우러져 빚은 작품
곽민선 대표, 친환경 식품안전 최우선. ‘세계 명품’ 만들 터

   전남 신안군은 ‘천사(1004)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섬(島) 왕국’이다. 1025개나 되는 섬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지구촌을 휩쓴 ‘非대면접촉(untact)’시대에 섬은 자신만의 사색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 비금도(飛禽島)는 그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면적은 44.13㎢ 해안선 길이는 86.4km로 목포에서 뱃길로 약 2시간 거리(54km)이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게르마늄 지대의 끝자락 위치해 토양과 갯벌에 게르마늄 성분과 무기질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으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금도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염전산지로 섬 전체가 홍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십리가 넘는 백사장과 넓은 갯벌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천혜의 풍광을 자랑한다.

 

  필자는 이 섬을 10여 년 전부터 가보고 싶어 벼루고 있다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정현종(1939~)시인의 구절에 등 떠밀려 마침내 일행 여섯과 함께 1박2일(2020년 11월 27일ㆍ28일)일정으로 장도에 올랐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목포 북항에 정오 경 도착했다. 점심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짱뚱어탕으로 해결한 후 다시 도초 선착장까지 1시간40분 항해길에 나섰다. 배 위에서 바라본 비금도면과 도초면이 두 개의 섬으로 크게 보였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섬과 섬을 연결한 서남문대교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남서쪽에 자리한 고즈넉한 산봉리 그림산에서 선왕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섬 전체와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眺望)할 수 있는 곳으로 한 폭의 동양화 자체였다. 이 자리에서 아직 못 가본 사람들을 위해 산책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 비금면은 하트해변(하누넘), 원평해수욕장, 명사십리해변, 내포해변, 풍력발전소, 이세돌 바둑기념관, 용소연 꽃방죽, 성치산 성지, 내월리 적장송, 돌담길, 최치원우물(고운정), 선왕산, 그림산, 서산사, 비금도대염전, 소금 대비축장(농협대창고), 작은대섬(천연기념물525호), 작은 우세도 섬이 있다.

 

▶ 도초면은 신안군생태교육원, 수국공원, 죽도, 가는게 해변, 시목해수욕장, 섬마을 야생학교, 궁항, 외남 적장송, 만년사, 용당산, 상수치도섬, 수치도섬, 치도섬(시목-하이도, 운항예정) 

 

▷ 도초면 우이도, 돈목 해수욕장, 성촌, 띠밭이너머 해변(모래언덕) 홍어장수 문순득 동상,

돈목, 진리성재(우실), 지리옛 포구, 상산359m(목포-비금-도초-흑산-홍도, 배로 약3시간)  

 

 우리 일행은 가산선착장에서 비금도의 첫 땅을 밟았고 곧장 이곳에서‘주원염전’대표 곽민선 사장의 안내를 받았다. 곽 사장은 이곳에서 성장기 11남매의 10번째로 태어나 3대째 염전 가업을 이어받은, 이곳의 산증인이다. 그는 불원천리(不遠千里)한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고 소금이 탄생하는 전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염전을 찬찬히 살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비금도 소금은 바다의 신(神), 천일염으로 태양과 바람 갯벌이 어우러져 빚은 작품이다. 비금도 소금이 명품인 이유는 청정 갯벌과 해안선이 하나된 조화로움으로 염전에서 장인의 숨결과 자연의 생명을 담은 소금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필자가 유년시절 김해 명지신호리 땅끝마을에 부모님이 염전하는 초등학교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어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염전 생산 방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시간이 정지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했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소금만큼 밀접한 물품이 있을까? 이참에 인류가 걸어온 길을 따라 소금을 추적해보았다. 0.9% 수치는 인간체액의 염분농도로 바닷물과 같다. 인간은 이 수치를 벗어나면 병이 나거나 죽는다. 병원에서 맞는 링겔(생리식염수)도 이 수치의 소금물이다. 인류 최초의 거주지도 햇볕에 물을 증발시키는 것만으로 소금 채취가 가능했던 바닷가였다. 소금은 인류문명이 걸어온 원형이며 교역으로 동서양 교류의 물꼬를 튼 물품이었다.

 

소금은 상품의 역사ㆍ의약ㆍ음식ㆍ전쟁과 분리될 수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신을 미라로 만든 뒤 방부제로 쓰였고 절인 음식의 감초였으니 생명과 같았다. 고대 중국에서 소금덩어리는 곧 화폐였으며 신라 신문왕의 청혼 예물도 소금을 활용한 젓갈류였다. 한때 세계 경제를 지배한 네덜란드 부(富)의 원천도 소금이었으면, 이를 매개로 상업거래를 독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현대 자본주의의 싹이 됐다.

 

오늘 날 급여를 뜻하는 ‘Salary(샐러리)’는 ‘소금(Salt)’에 어원을 둔 로마시대 병사의 봉급인 Salarium에서 나온 것이다. 소금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도록 한 원동력이자 촉매제였으며, 황금과 맞먹는 결제(決濟)수단으로 부(富)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서남해안에서 천일염을 생산해 군수산업에 사용하였고, 오늘 날에는 말라리아나 결핵 예방약, 각종 화학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할 수 있었던 두 가지는 공기와 더불어 소금이었으니 최고의 명약이었다. 춘추시대 진(晋)나라가 강성했던 요인으로 영토 내에 소금산지인 염지(鹽地)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염지를 전국시대에 위(魏)나라가 총력을 기울여 지켰으며 후에 진(秦)나라가 필사적으로 빼앗으려고 한 점에서 이것이 지닌 전략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비금도 염전은 오늘날 서울 강남지역에 비견될 만하다. 그 생산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외부 환경인 일조건, 태양, 바닷가, 갯벌과 바람, 자연환경 즉 바닷물은 취수하여 저수지에 보관한다. 갯벌을 다져 해수를 여과 정화 농축하고 낙차를 이용하여 해수의 흐름을 유도한다. 뒤이어 소금이 결정하기에 적절한 농축된 함수를 만들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소금을 결정(結晶)시킨다.

비금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선물한 축복의 땅이다. 이곳은 섬만 주목할 수 없는 뭍의 선물도 가득하다. 잘 발달한 농수 시설로 벼농사, 겨울철에 각광을 받는 시금치(섬치), 양파, 대파, 고구마, 감자 등이 자란다. 수산물로는 흑산도홍어, 간재미, 장어, 갯벌낚지, 강달이, 갈치, 생선류, 미역, 파래, 김 등 풍부한 해산물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농기계와 하우스, 화물차, 승용차 등을 2-3대씩 보유하며 농가소득이 연간 억대 이상이고 인구대비 전국 소득 1위이다. 이쯤 되면 서울의 어느 부촌 부럽지 않을 경제력이다.

 

   친환경과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세계 명품을 만들어 가겠다는 주원염전은 천일염으로  가공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는소금, 굵은소금, 함초소금, 해초소금, 마늘소금, 산삼배양금 소금, 토반소금을 생산한다. 독자 개발한 상품으로는 명품 햇살담은 다양한 숙성프리미엄소금, 천일미용제품(솔트 바디워시, 바쓰 솔트 족욕.반신욕(입욕제품), 솔트 수제 비누, 솔트 클리닉치약 (잇몸건강, 구취제거, 충치예방, 혀속 박테테리아의증식 억제, 입냄새 개선), 솔트삼푸(탈모완화, 모발건강, 기능성 화장품 등) 등이 연구 개발되여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다.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고 상경 길에 올랐다. 가산에서 암태로 약 40분간 선박을 이용하며 천사대교(2010.9착공-2019.4.준공)를 경유했다. 이 다리는 암태-압해읍으로 신안군은 14개 읍.면에 1004곳의 섬이 있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곳은 암태도-자은도-안좌도-팔금도-자라도-추포도 연결돼 있어 지역 교통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연육교이다.

 

이번 비금도 기행 탐방은 한국의 염전을 이해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이구동성 합창했다. 또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소금의 존재에 대해 재조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필자를 비롯한 일행은 비금도 염전 홍보대사 명찰을 가슴에 달게 됐다.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으로 기피대상이 돼 버린 인식은 소금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불러온 오해라는 것이다. 소금뿐만 아니라 식품에 대한 몰이해는 잘못된 선입감을 불러일으켜 자신의 삶을 지배한다. 과학이 동반된 정확한 지식에 여기에 체험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이번 비금도 기행은 이 둘을 다 가진 귀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퇴치와 관련하여 소금의 효능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외피와 내막이 지방과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소금물의 삼투압 작용은 눈물, 콧물, 침의 염도를 0.9%만 유지시켜 주어 이에 따라 바이러스는 즉시 녹는 사실을 인체공학에서 검증됐다. 그래서 손쉽게 소금물로 가글하고 양치질 후 사용한 칫솔을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살균작용이 이뤄지니 조금만 신경 쓰면 집에서 실천할 수 있다. ‘천사의 섬’신안에서 으뜸인 비금도는 코로나 유령이 얼씬 못하는 천사(天使)의 섬이다. 새 날개가 풍진(風塵)의 바람을 잠재우는 청정 섬 나들이를 뒤로 하고 귀가했다. 비금도 기행을 정리하면서 자꾸 날 부르는 것 같다. 언젠가 기회 봐서 또 그 섬에 가고 싶다.

 

2020. 12. . 상선 정 홍 술 수필가

 

※참고문헌

▷김아라ㆍ김숙경, 『문명과 역사를 만든 소금이야기』, 사계절

▷곽민선, 『한국의 염전 & 비금도』(2017. 8. 8. 출판)

▷신안군, 『전남 신안군 서남부권 편』(2020. 5.)

 

(농업환경뉴스 = 정홍술 객원기자)

윤준희 기자 younjy6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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