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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한국축산진흥공사 통합, 시너지인가 전문성 훼손인가

축평원·방역본부·축산환경관리원 통합 추진…“행정은 합치되 전문기능 독립성은 보장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 등 축산 관련 3개 공공기관을 통합해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축산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9일 세 기관의 통합을 공식화했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 분산돼 있는 축산 현장지원 기능을 일원화하고 위생·방역·환경·품질 관련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기관별로 중복되는 행정지원 기능을 통합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일리가 있다. 현재 축산농가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가축과 축산물 이력관리는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질병 예방과 위생·방역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가축분뇨와 악취·축산환경 개선은 축산환경관리원이 각각 담당한다.

 

농식품부 역시 이처럼 업무가 나뉘면서 기관간 정보 공유와 업무 연계가 원활하지 못했고 농가가 업무에 따라 여러 기관을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고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연계 측면에서는 통합의 장점이 분명하다. 축산물 이력과 등급 · 유통정보, 농장 방역정보, 가축분뇨·악취와 환경정보를 연계한다면 농가 단위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총무·회계·전산·계약 등 공통 관리업무를 공동화하는 것도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세 기관은 모두 ‘축산’을 담당하지만 법률상 설립 목적과 전문업무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치 않고 만에 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면 오히려 '역 효과' 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법」 제36조에 따라 설립됐으며 축산물 등급판정, 품질평가, 유통 조사·연구, 가축 및 축산물 이력제 등을 담당한다. 이는 축산물의 거래와 시장 신뢰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평가·정보 기능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제9조에 근거해 가축 예방접종, 임상검사, 검사시료 채취, 축산물 위생검사, 소독과 방역교육 등을 수행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발생 때 신속한 현장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이다.

 

축산환경관리원은 또 다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의2에 근거해 가축분뇨 자원화, 퇴·액비 품질관리, 축산환경 개선, 관련 시설 컨설팅과 교육 등을 담당한다.

 

특히 현행법은 관리원의 사업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양 부처가 관리·감독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를 두고 있다. 축산환경 문제가 단순한 산업진흥 업무가 아니라 수질·토양·악취·자원순환 등 환경정책과 직접 연결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세 기관을 ‘유사 기능기관’이라고만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하나의 축산농가를 품질·시장, 방역·위생, 환경·자원순환이라는 서로 다른 전문적 관점에서 관리하는 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도 바로 전문성의 약화다.

 

가축방역은 평상시 행정업무와 달리 감염병이 발생하면 신속한 명령과 현장 대응이 필요하다. 통합 이후 방역조직의 예산이나 인사, 의사결정이 거대한 공사의 일반적인 절차에 묶인다면 대응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축산물 등급판정도 독립성이 중요하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기관 안에서 시장가격과 유통에 영향을 주는 객관적인 품질평가까지 담당하게 되면 실제 문제 발생 여부와 별개로 평가기능의 독립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축산환경 분야다.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자료를 보면 통합 대상 기관의 정원 규모는 축평원 502명, 방역본부 1,287명, 축산환경관리원 57명이다. 압도적인 규모 차이가 존재한다.

 

50여명 규모인 축산환경 조직이 1,800명 이상 규모의 통합기관에 편입될 경우 가축분뇨 자원화, 악취,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등의 환경 업무가 방역과 품질·유통 업무에 밀려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축산환경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흐름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각 기관 내부에서는 통합 이후 보직 순환 등에 따른 전문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방역본부는 정원 1,287명 가운데 무기 계약직 비중이 매우 높아 통합 과정에서 직급·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복잡하다.  현재 근무 중인 1165명 가운데 94.5%(1101명)가 무기 계약직이다. 방역본부 노조가 이들을 일반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통합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축산환경관리원에서는 작은 조직의 기능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신임 원장 공모가 무산된 상황에서 이 현안을 앞장서야 할 수장이 여전히 공모 중이라 내부 분위기는 뒤 숭숭하다. 축평원 노조 역시 처우 문제와 전문기능 훼손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도 통합에 따른 문제를 의식해 고용승계와 보수·복리후생 등 처우 개선을 원칙으로 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축평원·방역본부 노조대표, 축산환경관리원 노사위원장,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여하는 통합 추진 TF 구성안을 내놨으며,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법」을 제정해 「축산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가축분뇨법」 등 관련 법률을 통합·정비할 방침이다.

 

법적으로 세 기관의 통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새로운 공사법을 만들고 현행 개별 법률을 개정하면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할 수 있다. 문제는 ‘법인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익 기능의 독립성을 통합공사 안에서 어떻게 보장하느냐’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방향은 단순한 ‘1기관 통폐합’이 아니라 ‘한 법인, 세 전문기능 독립체계’​가 되어야 한다.

 

한국축산진흥공사 안에 ▲품질·유통본부 ▲가축방역본부 ▲축산환경·탄소본부를 별도의 전문조직으로 두고 각 본부의 인사와 전문직군, 예산, 업무수행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세 기관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축산데이터·디지털본부와 공통 경영지원조직을 설치하는 방식이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축산환경·탄소본부는 단순한 하위부서가 아니라 법률로 지위와 주요 업무를 규정하고 독립된 사업예산과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행 가축분뇨법에 있는 기후·환경부처와의 협의 및 관리·감독 구조도 새로운 공사법에서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기존 동물복지 업무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합 순서 역시 중요하다. 먼저 농가 통합서비스와 정보시스템, 전산·회계·구매 등 공통 행정기능부터 통합하고 실제 업무연계 효과를 검증한 뒤 전문조직의 구조를 조정하는 ‘선 기능통합, 후 조직통합’ 방식이 보다 안전하다.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려면 먼저 세 기관에서 실제로 무엇이 중복되고 무엇은 반드시 독립적으로 남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능분석부터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공공기관 숫자를 줄였다는 것을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축산업은 이제 생산성과 품질만의 산업이 아니다. 전체 농업 생산액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는 지속가능하고 발전적 전문성 있는 통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가축질병과 식품안전은 물론 가축분뇨, 악취, 온실가스, 탄소중립, 동물 복지, 주민수용성까지 함께 해결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한국축산진흥공사 설립이 이러한 기능을 하나로 연결해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면 통합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규모만 키우고 각 분야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면 시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축산관련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결국 정부 조직개혁의 성패는 기관 수를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방역은 더 강해졌는가, 품질평가는 더 신뢰받는가, 축산환경은 더 개선됐는가, 그리고 농가의 불편은 실제로 줄었는가​라는 네 가지 질문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축산업이  더 발전하는 성장산업으로 자리 매김 할 것이다. 

 

(농업환경뉴스 =  김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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