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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농업정책연구소

'27년 농식품부 예산 22조원 시대…‘친환경농업 2배’ 실현할 예산인가

친환경농업직불 407억→641억원,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158억→314억원
정부 “2030년 친환경 유기농업 2배 확대”…직불금 인상은 긍정적
지원면적은 4.8만→5.3만ha에 그쳐…신규 전환·생산기반·유통·환경보전 투자 보강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2027년 예산안을 전년보다 10.4%, 2조853억원 증가한 22조2,21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성된 농식품부 예산 1조1,921억원도 포함됐다.

 

외형만 보면 농업재정이 크게 확대됐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친환경 유기농업 2배 확대’ 역시 이번 예산안에 그만큼 비중 있게 반영됐을까.

 

2027년 예산안을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과 비교해 보면 답은 ‘절반의 긍정’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직불금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처럼 농가소득과 소비 확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친환경농업 신규 전환, 집적지구 확대, 농업환경보전, 탄소중립직불, 친환경농산물 전용 유통·가공 등 친환경농업 면적을 실제로 2배까지 끌어올릴 생산 · 시장 기반 예산은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친환경농업직불 57.5% 증가…이번 예산의 가장 큰 변화

 

2027년 친환경농업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친환경농업직불이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업직불 예산을 2026년 407억원에서 2027년 641억원으로 234억원 늘렸다. 증가율은 약 57.5%에 달한다.

직불금 지급단가도 오른다.  논은 현재 ha당 57만~95만원에서 72만~120만원으로, 밭 · 과수는 78만~140만원에서 108만~190만원으로 높아진다.  지원면적도 4만8천ha에서 5만3천ha로 확대된다.

 

농식품부 전체 예산 증가율이 10.4%라는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농업직불금 증가폭은 상당히 크다. 이는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에서 정부가 밝힌 방향과도 맞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관행농업과 비교한 소득 감소분과 생산비 차이, 친환경농업이 창출하는 환경적 공익가치 등을 고려해 친환경농업직불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친환경농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신규 진입보다 기존 농가의 인증 포기와 이탈이었다는 점에서 직불금 단가 인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  국내 친환경 인증면적은 2020년 8만1,827ha까지 증가했다가 2024년에는 6만8,165ha​로 줄었다. 생산비 상승과 소비 위축, 인증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친환경농가가 관행농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보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산 57% 늘 때 지원면적은 10% 증가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친환경농업직불 예산은 57.5% 증가하지만 지원면적은 4만8천ha에서 5만3천ha로 약 10.4% 증가하는 데 그친다. 이는 예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새로운 친환경농업 면적 확대보다 기존 농가의 직불단가 인상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기존 농가의 이탈을 막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목표가 단순히 현재 친환경농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친환경농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발표한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의 목표는 2026년 전체 경지면적 대비 유기농업 2.5%를 2030년 5%로, 무농약농업 2%를 4%로 각각 두 배 확대​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사용량도 ha당 233kg에서 227kg으로, 합성농약은 10kg에서 9kg으로 줄일 계획이다.

 

즉,  정부가 말하는 ‘2배 확대’는 친환경농업 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친환경 인증면적 비중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그런 만큼 향후 예산 평가의 기준 역시 “친환경농업 예산이 얼마나 증가했는가”가 아니라 “실제 친환경 인증면적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 구조인가”​가 되어야 한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사업은 사실상 두 배 확대

 

소비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2026년 158억원 규모로 재개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은 2027년 314억원으로 확대된다. 예산 증가율은 약 98.7%로 사실상 두 배다. 지원기간도 확대된다. 친환경농업 확대 정책에서 이 사업의 의미는 단순한 임산부 복지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친환경농업 생산면적을 확대하려면 늘어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소비시장이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 제6차 계획에서도 정부는 생산기반 확대뿐 아니라 공공수요 확대, 민간소비 촉진, 온라인·대형마트·직거래 활성화, 친환경농산물 광역 거점물류센터 검토, 유기가공식품 산업 육성 및 수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 측면에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확대는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만드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임산부 사업 하나만으로 향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나야 할 친환경농산물 전체 시장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공공기관·군대·복지시설 등 공공급식과 민간소비 시장을 동시에 확대하지 못한다면 생산 확대가 오히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화학비료 감축 위한 신규 사업은 긍정적

 

농업환경 분야에서는 비료사용체계 개선 실증지구가 새롭게 도입된다. 정부는 토양검정과 퇴·액비, 완효성비료 등을 활용해 농경지와 작물 상태에 맞는 적정 시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3,300ha 규모의 실증지구를 조성하고 11억원을 신규 투입​하기로 했다.

 

친환경농업을 인증농가만의 정책으로 한정하지 않고 관행농업에서도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농정을 전환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제6차 계획 역시 토양검정·시비처방 확대, 농업용수 수질관리, 저투입농법 확대, 미생물농약과 천적 활용 확대 등을 주요 농업환경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농업 분야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관련 신규 투자도 포함됐다.

 

영농형 태양광 제도 교육과 시스템 구축 등에 14억원, 농업 분야 재생에너지 운영기술 개발에 30억원​이 신규 반영됐고, 농촌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패시브하우스 정책자금 600억원도 새로 도입된다.

 

그런데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확대는 어디에 있나

문제는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에서 중요하게 제시한 사업 중 일부가 2027년 예산안의 핵심사업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제6차 계획에서 저투입 농법과 토양침식 방지,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신규 마을 선정을 재개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탄소농업프로그램을  ‘탄소중립직불제’로 확대 · 개편​하고 농업 분야 탄소감축 실적의 시장거래와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보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예산에서는 저탄소농업프로그램을 233억원에서 352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2027년 예산안 주요사업 설명에서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전국 확대 규모나 탄소중립직불제 확대 규모가 친환경농업직불처럼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사업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향후 세부사업별 예산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제6차 계획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사업이라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규모와 성과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 생산기반 예산도 따져봐야

 

또 하나는 친환경농업 신규 진입을 위한 생산기반이다.  정부는 현재 66개소인 친환경농업 집적지구를 확대하고 청년 · 중소농이 친환경농업에 쉽게 진입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40세 미만 청년농 중심 법인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가칭 ‘청년지구’를 신설하고 친환경농업기반구축사업 최소 신청면적을 기존보다 최대 50% 낮추는 제도개선도 실시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진입요건만 완화한다고 친환경농가가 저절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관행농업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초기 수확량 감소, 노동력 증가, 친환경자재 비용, 인증 준비기간, 판로 불확실성 등의 부담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환기 농가’를 별도로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국회가 증액·보완해야 할 5대 분야는

 

2027년 예산안은 아직 정부안이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친환경농업 2배 확대라는 국정목표를 실제로 뒷받침하려면 최소한 다음 다섯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친환경농업 신규 전환 지원 예산이다.

기존 농가 직불금 인상과 함께 관행농가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초기 2~3년의 위험을 보전하는 별도의 ‘친환경 전환직불’ 또는 전환기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친환경농업기반구축과 집적지구 예산이다.

개별농가 단위의 친환경농업은 주변 농지에서 농약이 비산되거나 농업용수가 오염될 위험이 크다. 일정 지역을 집단적으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집적지구 방식이 효과적이다.

정부가 66개 집적지구 확대를 약속한 만큼 연도별 목표와 이에 맞는 시설·장비·가공·유통 예산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전국 확대다.

친환경 인증농가뿐 아니라 일반 관행농가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줄이고 토양·수질·생물다양성 보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농업환경 정책을 ‘친환경 인증농가 지원사업’에서 전체 농업인의 환경서비스에 보상하는 정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탄소중립직불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논물관리, 바이오차, 가축분뇨 처리, 저메탄 사료, 에너지 절감 등 온실가스를 실제로 줄이는 농업인의 활동에 직접 보상하는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 친환경농업·농업환경보전·저탄소농업을 서로 별개의 정책으로 운영하기보다 장기적으로는 농업인이 만들어내는 환경적 성과에 보상하는 체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친환경농산물 소비·유통·가공 예산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사업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급식과 공공기관,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등에 친환경농산물을 확대하고 광역 친환경 물류체계와 가공산업, 직거래·온라인 판매, 유기가공식품 수출까지 시장을 넓혀야 한다.

 

‘641억원’보다 중요한 것은 2030년 농촌의 변화

이번 2027년 예산에서 친환경농업직불금이 407억원에서 641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이 158억원에서 314억원으로 확대된 것도 친환경농업의 소비기반을 복원하는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것은 ‘친환경직불금 확대’가 아니라 ‘친환경농업 2배 확대’​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의 흐름이 기존 농가 유지 → 신규 농가 전환 → 친환경 집적화 → 생산비 절감 → 안정적 판로 확보 → 소비 확대로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에 농업환경보전과 탄소중립 정책까지 결합해야 한다.

 

2027년 예산안은 그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직은 직불금과 일부 소비지원 사업에 무게가 실린 구조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려면 향후 국회 예산심의에서 친환경 신규 전환, 생산기반, 농업환경보전, 탄소중립직불, 유통·소비 기반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과 구체적인 연도별 면적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결국 정부의 ‘친환경농업 2배’ 정책의 성패는 예산이 몇 퍼센트 늘어났느냐가 아니라 2027년 말 실제 친환경 인증면적이 얼마나 늘었는가, 그리고 떠나는 농가보다 새로 들어오는 농가가 얼마나 많아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22조원을 넘어선 농식품부 예산이 우리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확대에서 환경과 공익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시키는 재정이 될 수 있을지, 이제 국회의 예산심사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농업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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