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용유, 당류 등 가공식품 전반에 대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 도입 시점을 당초 내년 말에서 올해 말로 크게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재배 및 유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GMO가 섞여 들어가는 ‘비의도적 혼입 허용 비율’도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 최종 성분 없어도 원료 기준 무조건 표시…시행 시기 1년 단축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GMO 완전표시제 시행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원칙의 전환’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고온 가공 등을 거쳐 최종 제품에 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으면 표시 의무가 면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최종 제품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예외 없이 이를 명시해야 한다.
당초 정부 보고안은 간장류를 2026년 말 우선 시행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당류 및 식용유지류 (식용유 등)는 원료 수급과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7년 말 시행하는 1년 유예 방안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국무회의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권'과 '알 권리 보장의 시급성' 이 강조됨에 따라, 당류 · 식용유지류의 시행 시기를 올해 말로 전격 앞당기는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행 3% 수준인 비의도적 GMO 혼입 허용 비율을 EU 수준인 0.9%로 낮추는 방안도 신속히 검토하기로 했다.
◇ 소비자의 알 권리 vs 식품업계의 물가 부담 ‘팽팽’
정부의 조기 도입 추진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식품업계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식품 가공업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식용유와 물엿, 당류 제조에 쓰이는 콩과 옥수수의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조기에 Non-GMO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의도적 혼입 비율 기준이 0.9%로 강화될 경우, 해외 수송부터 국내 유통·가공 전 과정에서 엄격한 구분 관리가 필요해 고도의 수용·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전환 비용과 구분 유통 관리비가 가중되면 결국 콩기름, 소스류, 조미료 등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비자·시민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안전성 논란을 떠나 내가 먹는 음식에 어떤 원료가 쓰였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이다”며 “Non-GMO 제품을 새로 개발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원료를 성실히 표기하라는 것이므로 시행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친환경농업 진영을 비롯한 농업계 단체들은 정부의 표시제 조기 도입 및 규제 강화 방침에 일제히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친환경농업 진영의 한 관계자는 “ 그동안 최종 제품에 성분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가 수입산 GMO 콩·옥수수가 식용유와 물엿 등의 형태로 국내 시장을 독점해 왔다”며 “원료 표시가 의무화되면 소비자들이 원재료의 출처를 명확히 인식하게 되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국산 농산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들도 특히 비의도적 혼입률을 0.9%로 낮추는 조치에 대해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수입산 GMO 곡물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고, 국산 Non-GMO 및 친환경 농산물의 프리미엄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민단체들은 단순한 표시제 강화를 넘어 ▲국산 콩·옥수수 수매 및 비축 물량 확대 ▲친환경 농가에 대한 생산 장려금 지원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식품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실질적인 국내 농업 생산기반 보호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산 콩 비축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생산시설 구축 및 대체 원료 개발 지원 등 연착륙 방안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환경뉴스 = 김선옥 기자)



















